[스타트업+] 2025-05-23 오전 11:38:07

[스토리] 현대차 스핀오프 모빈, '계단도 거뜬' 실외 자율주행 로봇(배달·순찰) 개발 완


출처 = 모빈
출처 = 모빈

최근 로봇 산업이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하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제조업을 넘어 의료, 물류, 보안, 유통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으며, 점차 각 현장에 맞춰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변수가 많은 실외 환경에서 배달, 순찰, 도로 통제 등 기동성과 대응력을 갖춘 자율주행 로봇이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응해 자율주행 로봇 스타트업 모빈이 도심의 틈을 메우는 실외 서비스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2년 현대자동차 사내 스타트업에서 분사해 설립된 모빈은 최근 계단이나 턱 같은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 이동성 특화 로봇 수요가 커짐에 따라 배달 로봇, 자율주행 AI 순찰 로봇, 도로 통제를 위한 신호수 로봇, 연구개발용 플랫폼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모빈 최진 대표 (출처 = 모빈)
▲최진 모빈 대표 (출처 = 모빈)

회사는 이미 실외 서비스 로봇의 주요 분야에서 핵심 제품 개발을 마쳤으며, 각 로봇별로 실증 단계를 앞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배달로봇은 현대건설과 협력해 공동주택 단지에서 실증을 마치고 실제 사업화 단계에 진입했고, 순찰로봇은 경찰청 R&D 사업의 일환으로 리빙랩 실증을 준비하고 있다. 순찰로봇은 실제 경찰의 순찰 업무를 보조할 수 있는 치안 서비스형 로봇이다.

도로 공사 현장에 투입되는 신호수 로봇은 개발을 완료하고 현재 한국도로공사와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등과 도입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관련 규제가 여전히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 중이다.

아울러 회사는 모듈형 군사용 로봇 플랫폼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자체 보유한 이동 기술을 외부 기업에 제공하는 B2B 플랫폼 사업으로도 진출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개발과 사업 확장 과정에서 모빈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사용자 경험이다. 초기 실증 과정에서 고객이 로봇을 조작하거나 접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작은 불편이 전체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체감한 이후, 모빈은 기술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사용자 중심의 설계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작은 세부 사항이 전체 경험을 좌우한다는 교훈은 현재 모든 프로젝트에 반영되고 있다.

최진 모빈 대표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실증을 추진해 부정적인 인식이나 불완전한 레퍼런스를 남기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라며 "지금은 다소 느려 보일 수 있지만, 모빈은 누구보다 빠르고 단단하게 성장하기 위한 길을 걷고 있다"라고 말했다.


Q. 해당 비즈니스 영역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대학 시절부터 모빌리티 기술의 구조적 한계에 대해 고민해 왔다. 세상은 입체적인데, 기존 바퀴 기반의 모빌리티는 평지 주행에 국한돼 있었고, 보행형 기술은 이동 효율성이 낮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바퀴만으로 평지와 장애물을 동시에 주행할 수 있는 구조를 고안했다.

이후 2019년 현대자동차 재직 중 공동창업자인 조선명 이사, 정훈 이사와 함께 퍼스널 모빌리티 시제품을 제작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당 기술이 실외 서비스 로봇에 적합하다는 판단 아래 사내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도전했고, 2년간의 인큐베이팅 끝에 모빈을 창업하게 됐다. 비록 로봇 전문가 출신은 아니지만, 기술로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 지금의 모빈으로 이어졌다.

 

Q. 회사의 핵심 경쟁력은?

첫째, 실외 환경에 특화된 이동 기술이다. 바퀴 기반 로봇임에도 계단, 턱, 경사로 등 다양한 장애물을 넘을 수 있는 독자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최초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당 기술은 CES 2024와 FIX(미래혁신기술박람회)에서 로보틱스 분야 혁신상을 수상했고,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도 현장을 찾아 기술력을 확인한 바 있다.

둘째, 실내외 통합 자율주행 기술이다. 3D 라이다(LiDAR)와 카메라 기반의 융합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복잡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며, 자체 개발한 실시간 원격 관제 시스템 'MOBIus'를 통해 필요 시 원격 개입도 가능하다.

셋째, 빠른 실행력과 팀 역량이다. 설계부터 제작, 유지보수까지 전 과정을 자체 수행할 수 있는 팀을 갖추고 있으며, 현대자동차 출신 인재들이 중심이 되어 기술 개발부터 실증, 사업화까지 유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대자동차 그룹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다. 사내 스타트업으로 출범한 만큼 기술·사업·네트워크 측면에서 현대차그룹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는 모빈의 성장 기반이 되고 있다.

 

Q. 향후 계획과 목표는?

이제 로봇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모빈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실외 서비스 로봇 분야의 핵심 플레이어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실질적인 서비스 구현을 위한 실행을 이어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사용 환경에서 신뢰받는 로봇을 제공함으로써 일상 속 로봇 시대를 앞당기고, 협업하고 싶은 브랜드이자 일하고 싶은 조직으로 신뢰와 매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Q. 회사의 경영 철학은?

거창한 경영 철학은 없다. 대표 역시 모빈의 한 구성원으로서 사업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표로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기술적·사업적 이해를 바탕으로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고, 구성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며, 그 책임을 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구성원들이 비전에 공감하고 각자의 역할에 몰입할 수 있도록 조직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Q. 관련 분야 스타트업, 또는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꼭 창업이 아니어도 스스로 풀고 싶은 문제가 있다면 작게라도 시작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저 역시 '장애물을 넘는 바퀴 기술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시작해 사내 경진대회, 스타트업 프로그램, 창업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작은 실행이 때로는 생각보다 먼 곳까지 이끌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느꼈다.

 

※ 본 기사는 취재를 통해 사실관계 확인 후 작성됐음을 명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