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ISSUE] 2025-09-02 오후 5:20:30
글로벌 기후테크 유니콘 118개 중 한국 기업은 0곳... 한국 정부, 2030년까지 유니
전 세계 기후·에너지 산업이 기후위기와 AI 확산을 발판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기후테크 유니콘, 즉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인 스타트업은 이미 100개를 넘어섰다. 한국 정부도 2030년까지 145조 원을 투자해 10개의 기후테크 유니콘을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 중 유니콘으로 성장한 기업이 전무한 실정이라, 해당 목표가 현실과 괴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는 기후테크 전성시대... 미·중·유럽 3강, 기후테크 시장 장악
한전경영연구원은 '글로벌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 현황 분석' 보고서에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홀론IQ 데이터를 인용해, 2025년 초 현재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 이상인 기후테크 유니콘은 총 118개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미국은 47개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을 배출하며, 단연 1위에 올랐다. 미국은 실리콘밸리의 딥테크 생태계와 벤처캐피털(VC) 투자 네트워크를 발판 삼아 핵융합, 에너지 플랫폼, 배터리,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도적으로 유니콘을 배출하고 있다.
이어 중국이 35개로 2위를 차지했다.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막대한 내수시장이 뒷받침되면서 전기차·배터리·공유 모빌리티 영역에서 유니콘을 양성하고 있다. 유럽은 독일(6개), 스웨덴(5개), 영국(4개), 프랑스(3개) 등 총 25개 유니콘을 배출했다. 친환경 규제 강화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에 힘입어 탄소배출권 거래·관리, 산업공정 혁신, 재생에너지 스타트업이 활발히 등장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기후테크 유니콘의 90%가 2010년 이후 설립됐으며, 2014~2019년 사이 창업한 기업이 70%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유니콘이 되기까지 걸린 평균 기간도 6년에 불과하다. 글로벌 차원에서 기후테크는 이미 반도체·바이오를 뛰어넘는 성장 속도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는 전 세계 기후테크 시장 규모가 2023년 203억 달러(약 27조 7,392억 원)에서 2033년 1,825억 달러(약 249조 원)로 아홉 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연평균 성장률은 25%로, 반도체(15%), 바이오(18%)보다 훨씬 가파르다.
이러한 성장세는 기후테크가 '필수 산업'으로 자리잡으면서 이끌었다. 기후변화 위기 심화와 각국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 강화가 맞물힌 결과다. 특히 ESG 투자 확산으로 민간 자본까지 대거 유입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기후테크 산업에 대한 투자도 급격히 늘고 있다.
다만 주요 투자 흐름은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다. 홀론IQ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가별 기후테크 투자액은 미국 286억 달러(약 39조 790억 원), 유럽연합(EU) 179억 달러(약 24조 4,585억 원), 중국 107억 달러(약 14조 6,204억 원) 순으로 집계됐다. 세 지역이 전체 투자액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정부, 기후테크 유니콘 10개 육성 계획... '현실과 괴리' 지적
이 같은 글로벌 흐름과 달리 한국에는 아직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이 한 곳도 없다. 국내 기후테크 기업은 전체 스타트업의 약 5%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자원순환·친환경 소재(에코테크)와 농식품(푸드테크) 분야의 소규모 기업에 편중돼 있다. 반면 대규모 자본과 장기 개발이 필요한 탄소관측·기후적응 기술(지오테크) 분야의 기업은 전체의 10% 남짓에 그친다.
정부는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203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145조 원을 투입해 기후테크 유니콘 10개 사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유니콘 기업 수가 정체된 상황에서 10개 목표는 현실과 괴리된 과도한 낙관론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기 침체와 투자 위축으로 새로운 유니콘의 탄생이 더욱 어려워진 데다, 기후테크는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장기간의 투자와 안정적인 시장 형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기후테크 전문가들은 유니콘을 목표로 삼는 '접근 자체'에 회의적이다. 글로벌에서도 유니콘의 높은 기업가치가 실제 수익 창출과 괴리되거나 '가짜 유니콘' 논란으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특히 기후테크 분야에서 투자가 결정되는 기준은 '성장 가능성'보다 '기후위기'라는 리스크의 크기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유니콘 숫자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시장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정책적 신호를 명확히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기후테크 유니콘 탄생, 제도혁신과 대기업과 협력 필요
한전경영연구원은 국내에 아직 기후테크 유니콘이 없는 이유로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규제 장벽,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의 단절, 그리고 투자 구조의 불균형을 꼽았다. 기술력은 있으나 사업화 경험이 부족한 스타트업과, 시장은 확보했지만 혁신 역량이 부족한 대기업이 따로 움직이는 현실 속에서 새로운 유니콘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전경영연구원은 한국형 기후테크 유니콘을 키우기 위해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제도와 협력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규제 해석과 사업 연계를 전담하는 '규제 컨시어지형 통합 창구'를 구축하고, 실증과 테스트베드 기회를 확대하며, AI 기반 예측·제어 기술 개발을 뒷받침할 고품질 전력 데이터를 개방·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주요 에너지 기업들은 스타트업의 기술과 자사 인프라를 연계해 실증과 투자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진출을 뒷받침하는 개방적 협력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대기업과 공기업이 전략적 투자자로 적극 나서고, 해외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 혁신기업과의 교류를 늘려 경쟁 속 협력이 가능한 개방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한국형 기후테크 유니콘 탄생의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