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ISSUE] 2026-03-13 오전 10:01:03
[게임] MMORPG 반복되는 작업장 몸살... 엔씨, AI기술 무용론 마저 등장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에서 작업장(자동 사냥·다계정 기반 재화 생산 조직)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사냥터 점유, 채집 자원 독점, 아이템 시세 변동성 확대 등 일반 이용자들의 피해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양상이다. 특히 MMORPG 게임의 대표격인 엔씨소프트의 신작 '리니지 클래식'마저 작업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결국 작업장이라는 문제가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생태계 좀먹는 지하 경제...'작업장'의 끈질긴 생명력
1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비판과 단속에도 작업장이 지속되는 이유로 특유의 수익 구조가 꼽혔다.
수백 개의 계정 중 일부가 제재를 당하더라도 정지되기 전까지 벌어들인 수익이 신규 계정 생성과 이용권 구매 비용을 훌쩍 뛰어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일부 계정이 제재되더라도 작업장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이철우 게임이용자협회장은 인베스트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MMORPG에서 작업장이 계속 등장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결국 돈이 되기 때문"이라며 "게임 내 재화나 아이템을 판매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른바 '쌀먹' 구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작업장의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이용자에게 돌아간다. 자동화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장시간 사냥을 이어가는 작업장 계정이 늘어나면서 정상적으로 게임을 즐기려는 이용자들의 플레이 환경이 훼손되고 있다.
일부 게임에서는 접속 대기열 문제와 사냥터 독점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리니지 클래식의 경우 작업장 계정이 대거 유입되면서 접속 대기열이 길어졌다는 이용자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일부 사냥터에서는 작업장 캐릭터가 자원을 독점하면서 일반 이용자가 사냥이나 채집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리니지클래식의 일부 게임 유저들은 이른바 '자경단'을 구성해 직접 작업장 단속에 나서는 지경에 이르렀다. 게임사들이 해야할 일들을 유저들이 스스로 하고 있는 것. 그렇다고 게임사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게임사들 작업장 '단속 총력전'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작업장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단속 강화에 나서고 있다.
넷마블은 MMORPG '뱀피르'에 AI 기반 탐지 모델을 도입했다. 비정상적인 자동 사냥 패턴을 분석해 작업장을 식별하는 방식으로 탐지 로직을 고도화하고 정기 패치를 통해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컴투스도 MMORPG '더 스타라이트'에서 작업장 대응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강화된 본인 인증 절차와 AI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자동화 계정을 탐지하는 방식이다.
엔씨소프트 역시 작업장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특정 해외 VPN 차단과 게임 내 신고 시스템 고도화, 하드웨어 차단 방식 등을 도입했으며 '아이온2'에서는 매크로 사용 이용자 5명을 형사 고발하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작업장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단속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AI 기술을 강조해온 엔씨소프트가 작업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두고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AI 기술 앞세운 엔씨소프트...사라지지 않는 작업장 논란
엔씨소프트는 국내 게임사 최초로 사내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 조직을 출범시키며 AI 기술 투자에 적극 나서왔다. 지난해에는 해당 조직을 본사에서 분리해 'NC AI'를 설립하고 자체 AI 모델 '바르코(VARCO)'를 공개했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참여 기업 5곳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작업장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상황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기술적 한계보다 게임의 수익 구조가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리니지 클래식은 과거처럼 월정액(2만9700원) 기반으로 운영된다. 다수 계정을 운영하는 작업장 역시 계정 단위로 이용권을 결제하는 구조다. 작업장 계정의 대규모 접속은 초기 매출과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 등 주요 지표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철우 게임이용자협회장은 "작업장이 접속자 수를 늘려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특히 정액제 게임의 경우 다수 계정이 그대로 초기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게임사들도 작업장이 장기적으로 게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게임사가 작업장을 의도적으로 방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현재 게임 내 작업장 대응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며 "작업장이 회사 매출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이 협회장은 작업장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게임 내 재화와 아이템을 현금화할 수 있는 구조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업장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게임을 통해 얻은 아이템이나 재화를 판매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형사 처벌이나 단속도 필요하지만 결국 이런 수요 자체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게임이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은 만큼 게임을 통해 돈을 벌겠다는 인식도 바뀔 필요가 있다"며 "특히 국내에서는 아이템 거래 중개 사이트가 사실상 회색 지대에서 성장해 왔는데 이러한 거래 구조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작업장이란 자동화 프로그램(매크로)과 다수의 계정을 이용해 게임 내 재화나 아이템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이를 현금화해 수익을 챙기는 기업형 조직을 말한다. 이들이 24시간 자원을 독점하며 대량으로 생산하는 재화는 게임 내 '초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시간과 비용을 들여 캐릭터를 키워온 일반 이용자들의 자산 가치 훼손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