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2026-04-14 오후 6:14:37

AI로 재편되는 스타트업 투자… '선별 집중·메가딜 구조' 심화


출처 = THE VC
출처 = THE VC

올해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표면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부 구조는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투자 총액은 증가하는 반면 투자 건수는 감소하면서 자금이 일부 유망 기업과 특정 산업에 집중되는 '선별 투자'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스타트업 데이터 플랫폼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국내 스타트업 투자 금액은 2조 1,78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지만, 투자 건수는 238건으로 약 17% 감소했다.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 규모는 확대됐으나, 투자 대상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기술 중심의 투자 재편 과정으로 평가된다. 특히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딥테크 분야가 투자 흐름을 주도하면서 기존 스타트업 생태계의 자금 배분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분기 AI 투자 비중 45%… 딥테크 중심 자금 집중 '가속'

인포그래픽 = 곽혜인 기자
인포그래픽 = 곽혜인 기자

투자 흐름의 핵심 변화는 AI·딥테크로의 자금 집중이다. 2026년 1분기 AI 분야 투자 규모는 9,838억 원으로 전체 금액의 45% 이상을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단순 소프트웨어 AI를 넘어 반도체·모빌리티·로보틱스 등 산업과 결합된 '피지컬 AI' 분야로 투자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투자 금액은 7,205억 원으로 전체의 33%를 차지했고, 모빌리티 분야 역시 전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2,651억 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피지컬 AI는 센서를 통해 물리적 환경을 인식하고 실시간 판단 및 제어를 수행하는 기술로, 자율주행·로보틱스·드론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고 있다. 이 기술은 소프트웨어를 넘어 실제 기계와 장비를 직접 구동하는 구조로 확장되며, 높은 개발 난이도와 비용으로 인해 자본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대형 투자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2026년 2월 기준 100억 원 이상 투자 유치 기업 중 76%가 AI·반도체·로봇 등 전략 산업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건수 기준으로도 AI·딥테크 비중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전체 투자의 약 27%가 해당 분야에 집중되며 주요 투자 카테고리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메가딜 확대 속 VC 전략 변화… '선별 투자' 비중 확대

인포그래픽 = 곽혜인 기자
인포그래픽 = 곽혜인 기자

이 같은 흐름은 벤처캐피탈(VC)의 투자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다양한 산업에 '분산 투자'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특정 산업과 핵심 기술에 자금을 집중하는 '선별 투자' 방식으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상장 직전 단계 기업을 대상으로 한 후기 투자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2026년 1분기 프리 IPO 투자 건수는 2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3% 증가했다. 이는 검증된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 대상이 선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초기 스타트업 투자 환경은 상대적으로 위축된 상태다. 같은 기간 시드~시리즈 A 단계 투자 금액은 4,690억 원으로 전체의 21.5% 수준에 그쳤으며, 투자 건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3.7% 감소했다.

월별 투자 지표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졌다. 2026년 2월 투자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17.1% 감소한 반면, 투자 금액은 29.6% 증가했다. 소수 기업에 대규모 자금이 집중되는 '메가딜' 중심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AI 반도체, 로보틱스 등 고도 기술 기반 기업의 경우 초기부터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기술 개발에 필요한 자본 규모가 크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산업 특성상 빠른 스케일업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은 지난달 프리 IPO 라운드를 통해 6,400억 원 규모의 대형 투자를 유치하며 전체 투자 규모 확대를 견인했다. 이외에도 업스테이지(470억 원), 갤럭스(420억 원), 오토노머스에이투지(405억 원), 리얼월드(390억 원) 등 AI 스타트업이 상위 투자 라운드에 포함됐다.

정부, 투자·성장 연계 지원 확대… 딥테크 투자 '마중물' 역할 강화

출처 = Canva
출처 = Canva

정부 정책 역시 이러한 시장 변화와 맞물려 딥테크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단순 창업 지원을 넘어 투자와 성장을 연계하는 방향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국민성장펀드를 통한 직접 투자 사례가 등장했다. 앞서 프리 IPO 라운드를 통해 6,4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리벨리온 사례를 보면, 이 중 약 3,000억 원은 정책 자금, 3,400억 원은 민간 자본으로 구성된 민관 합동 투자 형태로 이뤄졌다. 정책 자금의 경우 국민성장펀드 2,500억 원, 한국산업은행 500억 원이 각각 투입됐다.

이는 민간 자본이 부담하기 어려운 고위험·장기 투자 영역에 정부가 먼저 자금을 공급해 후속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마중물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실제 해당 투자에는 정책 자금과 함께 국내외 VC 및 전략적 투자자가 참여하며 대규모 자금 조달이 이뤄졌고, 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딥테크 분야에서 공공·민간 자본이 결합된 투자 구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AI·반도체·바이오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정책 자금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모태펀드 출자를 통해 총 4.4조 원 규모의 벤처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 규모에 해당하는 약 1.3조 원을 딥테크 분야에 배분할 계획이다. 창업 초기·재도전 등을 포함한 창업 활성화 펀드도 6,500억 원 규모로 조성되는 등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자금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고도화되고 있다.

이외에도 민간 투자와 연계해 창업기업을 선발하는 팁스(TIPS) 프로그램은 연간 지원 규모를 확대해 딥테크 분야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며, 딥테크 스타트업 육성 사업인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 역시 기존 10대 신산업 중심에서 6대 전략산업·12대 신산업 체계로 개편해 지원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