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2026-03-31 오후 6:55:00
[시리즈] 피지컬 AI로 조립 난제 푼 플라잎, 누적 투자금 200억 '돌파'... 투자사
인공지능(AI) 기반 양팔로봇 자동화 솔루션 기업 플라잎이 약 14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고 이달 밝혔다. 이번 투자로 누적 투자금은 216.7억 원에 달했으며, 제조 현장에 실제 적용되는 피지컬 AI 기업이라는 입지가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다.
이번 라운드에는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우리벤처파트너스, 스틱벤처스 등 주요 VC 및 금융계열 투자사가 참여했으며, 약 2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도 병행되고 있다. 새로 확보한 자금은 핵심 인재 확보, AI 학습 인프라 고도화, 양팔로봇 양산 체계 구축에 집중 투입될 예정이다.
2020년 설립된 플라잎은 로봇의 눈(비전), 팔(학습기반 행동·감각 AI), 행동(통합형 컨트롤러)에 해당하는 피지컬 AI를 로봇에 부여해 제조업의 '마지막 난제'로 꼽혀온 조립·체결 공정 자동화를 해결하는 것을 핵심 방향으로 삼고 있다. 기존 산업용·협동로봇이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인 이송·적재 작업에 주로 활용돼 온 것과 달리, 복잡한 부품 결합, 위치 편차, 오차 등 변수가 많은 공정을 양팔로봇과 자체 AI 엔진으로 대응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 왔다.
주요 기반 기술로는 사람의 양손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AI 양팔로봇 'OASIS'와 로봇 학습·제어를 결합한 피지컬 AI 엔진 'AiSA'가 있다. OASIS는 두 팔이 각각 역할을 나눠 한쪽 팔로는 부품을 고정하고, 다른 한쪽 팔로는 나사를 조이는 등 실제 사람의 작업 방식을 그대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차세대 모델에는 앞뒤와 좌우로 상체를 기울일 수 있는 2축 허리 구조가 적용돼, 더욱 넓은 작업 범위를 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AiSA는 시각 정보와 언어 정보를 동시에 학습하는 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을 기반으로 로봇 동작을 만들어내는 피지컬 AI 소프트웨어 엔진이다. 기존에는 전문 엔지니어가 수일간 프로그래밍해야 했던 공정도 AiSA를 이용하면 현장에서 직접 가르치고 바로 수정할 수 있다.
특히 투자자들이 높이 평가한 부분은 단순히 전시용 시연을 넘어서 실제 대기업 생산라인에서 피지컬 AI 양팔로봇을 상시 가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플라잎은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협력해 제네시스 차량의 헤드램프 커넥터와 더스트커버를 조립하는 양팔로봇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고 실제 양산 공정에 투입하고 있다. 안전 부품인 헤드램프는 조립 과정의 오차 허용 범위가 매우 좁지만, 이 공정에서 플라잎의 AI 양팔로봇은 커넥터 삽입과 커버 체결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며 요구되는 품질 기준을 안정적으로 충족했다.
정부와 산업계의 잇따른 인정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플라잎은 2025년 딥테크 밸류업 프로그램에 이어 산업통상부가 주관하는 'K-휴머노이드 연합'의 신규 참여 기업으로 선정됐다. 또한 산업통상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뽑는 'AI 팩토리 전문기업'에 이름을 올리며, 조립 및 체결 자동화 솔루션 분야에서 공식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올해 1월에는 기술등급평가에서 최상위 등급인 TI-1을 획득해 자사의 기술 역량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조립 특화 피지컬 AI라는 방향성을 분명히 하는 데 집중했다. 현재 로봇 기술은 물류, 피킹, 검사 등 상대적으로 단순한 환경에 많이 적용돼 있지만, 정밀 조립·체결처럼 복잡한 물리적 상호작용이 필요한 영역은 여전히 자동화가 더디다. 플라잎은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자동화가 뒤로 밀려 있던 조립·체결 공정에 초점을 맞췄고, 이 영역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곧 차별화라고 보고 조립 특화 피지컬 AI라는 방향을 전략적으로 선택했다. 이러한 접근은 기술 방향성과 타깃 시장을 명확히 하며, 현실적인 수요와 성장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요소로 작용했다.
또 다른 축은 실제 생산라인에 기반한 실증 레퍼런스를 쌓는 것이었다. 단순히 기술 가능성을 설명하는 수준을 넘어서, 대기업 및 1차 협력사와의 프로젝트를 통해 실제 생산 공정에 적용된 사례를 확보해 왔다. 기술검증(PoC)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라인에서 반복 가동되는 수준까지 구현해 기술의 안정성과 재현성을 검증한 점이 중요한 차별 요소로 작용했다. 이런 현장 경험은 기술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이후 다른 공정과 고객사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이번 투자금은 핵심 인재 확보와 AI 학습 인프라 강화에 집중해 사용할 계획이다. 조립·체결 특화 피지컬 AI 기술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해 로봇 제어, AI 모델, 데이터 처리 등 핵심 영역의 전문 인력 채용을 확대한다. 동시에 GPU 서버 인프라를 늘려 AI 모델 학습과 실험 환경을 고도화하고, 빠른 학습과 반복 검증이 가능한 개발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제조업의 많은 공정이 이미 자동화됐지만, 조립과 체결은 여전히 수작업 비중이 높은 대표적인 미자동화 영역으로 남아 있다. 같은 공정이라도 부품 상태나 위치, 주변 환경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작은 오차로 인해 작업이 실패하거나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부품 간 미세한 공차, 접촉 과정에서의 물리적 상호작용, 상황별 대응이 동시에 요구되기 때문에 기존의 규칙 기반 자동화나 단순 위치 제어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했다. 조립·체결 공정 자동화는 기술 장벽이 매우 높지만, 현장에서는 가장 필요성이 큰 영역이라고 봤다. 플라잎은 다른 곳에서 해결하지 못한 현실적인 문제에 집중했고, 해결됐을 때 산업적 가치가 확실한 분야라고 판단해 이 영역을 선택했다.
단기적으로는 조립·체결 공정에 특화된 피지컬 AI 기술을 바탕으로 레퍼런스를 빠르게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대기업 및 협력사 생산라인 적용을 확대하고, 대응 가능한 공정 유형과 적용 범위를 넓히며, 신규 고객사와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아울러 개별 공정 자동화에 그치지 않고, 조립·체결 작업을 이루는 단위 동작 데이터를 축적해 조립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조립·체결 공정을 출발점으로 작업 단위로 확장 가능한 AI 모델을 고도화하고, 시각 정보와 작업 지시를 함께 이해·실행하는 VLA 기반 로봇 지능으로 진화해 나가고자 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제조 시장 진출, 다양한 제조 공정 및 물류·서비스 영역으로의 적용 확대를 추진하며, 궁극적으로는 로봇이 작업을 이해하고 스스로 수행하는 '피지컬 AI 기반 자동화 표준'을 만드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 본 기사는 취재를 통해 사실관계 확인 후 작성됐음을 명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