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이슈] 2023-03-13 오후 1:46:32
미국 SVB은행 파산 영향... 안전자산 '금'에 투자자 몰린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급부상하는 모습입니다.
10일(현지시간) 기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32.60달러(1.8%) 급등한 온스당 1,867.20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요.
금 가격의 급등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반영된 영향입니다. 이날 미국의 캘리포니아 금융당국이 SVB를 폐쇄한다고 발표하자, 금융시장에서 주식·암호화폐 등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는 크게 위축되고, 채권·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매수세가 몰렸습니다. SVB는 미국 내 16번째로 큰 은행으로, SVB 파산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이며, 미국 역사상 두 번째 규모입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채권 매수세도 거세지면서 채권 가격은 오르고 채권 금리는 하락했는데요. 채권 금리 하락은 금 가격에 우호적인 요인 중 하나로 금 가격 상승을 견인했습니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2년 물 미국 국채 금리는 SVB 문제가 부각된 이틀 동안 총 0.478% 포인트 급락해 2일 기준으로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2008년 9월 이후 최대폭 하락했고, 10년 물 미국 국채 금리도 이날 하루에만 0.2% 포인트 이상 급락했습니다.
한편,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순금 가격은 전일 대비 0.15% 오른 340,500원(VAT 포함)으로, 1년 기준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또 국내 금 시세는 지난 9일 이후 4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에 미국 달러화의 초강세가 누그러지면서 금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CNBC에 따르면 AuAg ESG 골드마이닝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는 에릭 스트랜드는 "올해 금값이 역대 최고가를 찍을 수 있다"라며 "온스당 2100달러 돌파할 것"라고 전망했는데요. 스트랜드는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에서 방향을 전환해 올해 중 비둘기(통화완화 선호)로 변신할 것이라는 게 우리의 견해"라며 "이는 향후 몇 년간 금값에 폭발적인 움직임을 촉발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삭소방크의 올레 한센 상품전략부문장은 "경기침체와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리스크, 약달러 전망과 올해 안에 물가상승률이 3% 미만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그리고 이와 연관돼 중앙은행의 금리가 피크를 찍을 것이라는 예상이 맞물려 올해는 금값에 친화적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또한 그는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탈달러' 전략에 따라 역대급으로 많은 금을 사들인 것도 금값을 올리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은 지난해 3분기부터 금 매입에 나서면서 약 400t에 달하는 금을 매입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4배 이상 급증한 규모로, 1967년 이후 55년 만에 최대치입니다.
그 밖에 골드만삭스는 금이 비트코인과 달리 유용한 포트폴리오 수단이라고 밝혔고, 스위스 글로벌 투자은행 UBS도 금 가격이 2023년 말까지 13%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아울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 인상을 끝내고 이르면 연내 금리 인하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금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VB 파산의 원인으로 '급격한 금리 인상'이 지목되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Fed가 기준금리 인상 폭을 예상보다 줄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달 FOMC에서 Fed가 금리 인상폭을 빅스텝(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으로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는데요. 급격한 금리인상이 SVB 사태 등 금융 시스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Fed가 빅스텝으로 회귀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에버코어 ISI의 에드 하이먼 회장은 투자자 메모를 통해 최근 SVB 파산 사태를 언급하며 "금융 충격을 고려해 Fed가 (금리 인상을) 일시 중단하는 게 좋은 생각일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베어트랩스 보고서의 설립자인 래리 맥도날드는 "Fed가 이번 뱅크런을 일으켰다"라고 지적하며 "이번 사태로 인해 Fed가 오는 12월까지 금리를 1.0% 포인트 낮출 수 있다"라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