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이슈] 2022-09-22 오전 11:48:41

삼성전자 ARM 인수 이르면 내달 결정


삼성전자와 영국 반도체 기업 ARM사와의 인수합병(M&A) 여부가 이르면 다음 달 결정될 예정입니다.

 

중남미와 유럽 출장을 마치고 21일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김포 비즈니스 항공센터에서 취재진과 만나 삼성전자의 대형 M&A 진행 과정 일부를 설명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ARM 경영진과 회동을 했는지, 신사업 성과는 어떤지 궁금하다'라는 취재진 질문에 "ARM과의 회동은 안 했다"라며 "다음 달 손정의 회장께서 서울에 오시는데 그때 (인수) 제안을 하실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ARM은 컴퓨터의 CPU와 스마트폰 두뇌로 불리는 AP칩 설계 핵심 기술을 보유한 영국 반도체 기업으로, 반도체 업계에서 독보적인 IP(지적재산) 판매 업체인데요. ARM 주인은 손정의 회장이 이끌고 있는 소프트뱅크그룹(소프트뱅크 75%, 비전펀드 25%)입니다.

 

그간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ARM 인수 추진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으나, 이 부회장이 공개적으로 이와 관련한 언급을 한 것은 처음입니다. 삼성전자의 ARM 인수가 현실화될 경우, 삼성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설계·생산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며 반도체 업계 판도를 바꿀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ARM 인수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데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설계기업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을 하기 때문에 ARM 인수로 당장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또 ARM을 삼성전자가 인수할 경우 글로벌 팹리스들이 ARM에 지급하던 로열티를 삼성전자에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기밀 노출을 부담스러워해 삼성전자 고객 군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할 경우 고객사와의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라며 "팹리스들이 삼성을 부담스러워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습니다.

 

반도체 기술력이 국가경쟁력과 안보에 직결되면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이 국내 반도체 산업이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시선을 비메모리 반도체로 넓혀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국회 초당적 연구 단체 글로벌혁신연구포럼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반선연)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국 반도체 대전환 방향 설정과 미래 전략' 토론회를 개최했는데요.

 

토론회에서 반선연 정책부회장을 맡고 있는 엄재철 영진전문대 교수는 "비메모리를 포함한 글로벌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여전히 미국 기업이 50.8%로 1위, 한국 기업은 18.4%를 공급하고 있다"라며 "(국내 반도체 산업이 성장하려면) 메모리에 편중된 우리의 취약점을 보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 방법으로는 "불균형적으로 위축돼 있는 팹리스, 파운드리, 소부장, 후공정 산업에서 정부의 혁신적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최형두 글로벌혁신연구포럼 책임연구의원도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소자 업체와 반도체 설계(팹리스), 위탁 생산(파운드리), 소재·부품·장비, 후공정 중소·중견기업이 동반 성장하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라며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정부 정책과 기업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노화욱 반선연 회장도 이들의 말에 공감하고 “그동안 한국에서는 메모리 반도체에 정책이 쏠렸다”라며 “소외된 채 자생한 기술에 지금부터라도 지원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반도체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8.1%로 조사됐는데요.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구분해 보면 메모리는 같은 기간 연평균 11.5%, 비메모리는 6.7%로 메모리 반도체 성장률이 두 배 가까이 높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