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이슈] 2022-09-23 오후 3:32:10

삼성전자, ARM 인수 구체화... 손정의 "삼성과 전략적 제휴 협의할 것"


삼성전자와 영국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 ARM사와의 인수합병(M&A)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반독점, 고객사와의 이해충돌 등 여러 가지 이슈로 경영권 단독 인수는 쉽지 않겠지만, ARM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그룹은 자회사인 ARM과 삼성전자의 전략적 제휴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는데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이르면 다음 달 한국을 방문해 ARM 지분 매각 등을 포함한 다양한 이슈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직접 협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손 회장은 2019년 이후 3년 만의 방한에 대해 "이번 여행을 기대하고 있다"라며 "삼성과 ARM의 전략적 제휴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전날 이 부회장은 해외 출장 귀국길에서 ARM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출장 중) ARM과의 회동은 없었다"라며 "다음 달 손정의 회장께서 서울에 오시는데 그때 (인수) 제안을 하실 것 같다”라고 답한 바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가 언급한 '삼성전자와의 전략적 제휴'를 삼성전자의 ARM 소수 지분 취득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영권과 무관하고, 빅테크 업체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삼성에도 유의미한 지분율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인데요.

 

삼성전자가 ARM 지분을 지나치게 많이 가져갈 경우에는 글로벌 팹리스들이 ARM에 지급하던 로열티를 삼성전자에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기밀 노출을 부담스러워해 삼성전자 고객 군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각국 반도체 기업들의 ARM 인수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인 가운데, 인수 방식을 놓고 삼성전자 '단독 인수'가 아닌 여러 업체들이 함께 연합군을 형성해 인수하는 '공동 인수'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현재 ARM의 주인은 손정의 회장이 이끌고 있는 소프트뱅크그룹(소프트뱅크 75%, 비전펀드 25%)인데요. 소프트뱅크는 2016년 팹리스(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는 ARM을 인수한 뒤 2020년 미국 엔비디아에 매각하려고 했지만, 미국·한국 등 관련 규제당국의 반독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올해 초 무산됐습니다.

이에 삼성전자도 단독 인수로는 반독점 심사 문턱을 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과의 공동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ARM을 특정 기업이 인수하는 것을 반도체 생태계가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 국가 업체들과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해 ARM 지분 확보를 통한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최고경영자)도 "경쟁사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ARM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라며 공동 인수 계획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한편, ARM의 대주주인 소프트뱅크는 잇따른 투자 실패로 올해 상반기에만 약 500억 달러(약 70조 원)의 적자를 기록, 이를 만회하기 위해 ARM을 포함한 기존 투자자산 매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