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이슈] 2023-05-08 오후 1:33:29

세계 설탕 가격 11년 만에 최고치… '슈거플레이션 공포 현실화될까'


올해 들어 꾸준한 오름세를 보인 세계 설탕 가격이 2011년 10월 이후 11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7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4월 세계 설탕 가격 지수는 149.4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지난 1월과 비교해 27.9% 오른 수치로, 올해 설탕 가격은 1월 116.8에서 2월 125.2, 3월 127.0, 4월 149.4로 매달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설탕 가격의 고공행진은 국제 공급량 부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설탕 주요 생산국인 중국·인도·태국 등의 생산량 전망이 계속해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러-우전쟁으로 인한 세계 밀 가격 급등, 국제 원유가 상승 등이 더해지면서 설탕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 1위 설탕 생산국인 브라질의 경우 사탕수수 생산량은 양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현재 강우량 증가로 수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측은 "브라질의 작황 호조가 예상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수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향후 업계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가격 안정에 필요한 조치도 검토하겠다"라고 전했습니다.

 



설탕 가격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슈거플레이션(Sugar+Inflation)'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설탕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인 슈거플레이션은 과자, 빵, 아이스크림, 음료 등 가공식품의 가격이 일제히 오르는 현상을 의미하는 단어인데요. 세계 설탕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할 경우 제당 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설탕을 사용하는 식음료 업체는 물론 가공식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부담 또한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식품 업체 대부분이 설탕 장기 수급 계약을 맺고 있어 당장은 영향이 크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설탕 가격 폭등의 충격을 흡수하려면 재고를 늘리고 수입국을 다변화해야 하지만 한정된 생산국과 기후 변화 영향 때문에 쉽지 않다"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설탕 가격 상승은 이미 가공식품 가격의 인상, 소비자 부담으로 번지기 시작했는데요. 일례로, 지난 3월 빙그레 메로나의 편의점 가격은 기존 1200원에서 1500원으로, 롯데제과 월드콘은 2000원에서 2200원으로 상향 조정된 바 있습니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슈거플레이션이 본격화될 경우 식품업체에서 시차를 두고 또다시 제품 가격을 상향할 것이고, 이는 곧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라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습니다.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원당·설탕 관련 가격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원당 가격 상승으로 당장 설탕 제품 가격을 올릴 계획은 없다"면서도 "현재처럼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가 이어진다면 관련 제품 가격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라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습니다.